작은 AI Agent 실험을 연수와 컨설팅으로 안내하기

지난 글에서는 AI Agent를 학교와 교육행정 조직에 적용할 때 처음부터 큰 시스템을 도입하기보다 작고 안전한 실험에서 출발하는 편이 현실적이라고 정리했습니다. 공개 자료 요약, 안내문 초안, 설문 응답 정리처럼 위험이 낮고 반복성이 있는 업무부터 살펴보자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렇게 생각을 이어가다 보니 다음 질문은 연수와 컨설팅 장면으로 옮겨 갑니다. 교사나 교육전문직에게 이 경험을 어떻게 안내하면 부담이 덜할까요.
제가 Hermes Agent를 쓰며 느낀 것은 설명만으로는 잘 와닿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AI Agent는 도구를 쓰고, 기억을 남기고, 절차에 따라 일한다”라고 말하면 개념은 전달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침에 자료를 모아 달라고 맡겼더니 결과가 이렇게 왔다”, “원고와 이미지, Drive 링크를 한 번에 준비하게 했다” 같은 장면을 보여 줄 때 이해가 빨라집니다. 연수와 컨설팅도 결국 이런 실제 장면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 연수의 출발점은 기술 소개가 아니라 업무 장면이다
AI Agent 연수를 준비하면 먼저 기능 목록을 설명하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모델, API, 토큰, 도구 사용, 자동화 같은 용어가 떠오릅니다. 그러나 현장 선생님이나 교육전문직에게 처음부터 용어를 많이 제시하면 “그래서 내 업무와 무슨 관련이 있지?”라는 거리감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저라면 연수 첫 장면을 기능 설명이 아니라 업무 장면으로 열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연수 안내문을 매번 새로 쓰는 상황”, “회의 후 정리해야 할 메모가 쌓인 상황”, “공개 정책자료를 읽고 핵심을 뽑아야 하는 상황”을 먼저 제시합니다. 그리고 그중 한 장면을 AI Agent에게 맡기면 어떤 흐름으로 일이 진행되는지 보여 줍니다.
이 방식은 AI를 신기한 기술로만 보지 않게 합니다. 도구가 먼저가 아니라 업무가 먼저라는 메시지를 줍니다. 교육공학적으로 보아도 학습자는 자신의 문제 상황과 연결될 때 훨씬 잘 이해합니다.

2. 실습 과제는 ‘성공하기 쉬운 업무’로 고른다
첫 실습에서 너무 어려운 과제를 주면 연수 분위기가 금방 무거워집니다. 개인정보가 섞인 자료, 판단이 필요한 민감 사안, 학교마다 맥락이 다른 복잡한 업무는 처음 실습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실패했을 때 도구에 대한 불신만 커질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성공하기 쉬운 업무가 좋습니다. 공개 보도자료 1쪽을 요약하기, 연수 안내 문자 초안 만들기, 회의 안건을 표로 정리하기, 설문 문항 초안을 5개 만들기 같은 과제입니다. 결과물이 완벽하지 않아도 사람이 바로 고칠 수 있고, “초안으로는 쓸 수 있겠다”는 느낌을 주기 쉽습니다.
Hermes Agent를 제 블로그 준비에 쓰는 과정도 비슷했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글을 자동 발행하게 한 것이 아니라, 목차 확인과 초안 작성, 이미지 생성, Drive 업로드처럼 사람이 확인할 수 있는 단계로 나누었습니다. 연수 실습도 같은 원리로 설계하는 것이 좋습니다.
3. 프롬프트보다 입력 자료와 검토 기준을 먼저 알려 준다
AI 연수에서 자주 나오는 질문은 “프롬프트를 어떻게 쓰면 좋나요?”입니다. 물론 프롬프트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실제 업무에서 결과의 질을 좌우하는 것은 프롬프트 문장만이 아닙니다. 어떤 자료를 넣는지, 어디까지 맡길지, 무엇을 사람이 확인할지가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연수에서는 멋진 프롬프트 모음보다 입력 자료와 검토 기준을 먼저 안내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안내문 초안을 만들 때는 일정, 대상, 신청 방법, 문의처가 정확히 들어 있어야 합니다. 설문 문항을 만들 때는 응답자가 오해하지 않는 표현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회의록을 정리할 때는 결정 사항과 추후 조치가 빠지지 않았는지 봐야 합니다.
이렇게 설명하면 AI Agent 활용이 문장 기술이 아니라 업무 설계의 문제로 보입니다. 선생님들도 “프롬프트를 잘 외워야 하는구나”보다 “자료와 기준을 잘 준비해야 하는구나”라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4. 사람의 확인 단계를 연수 안에 반드시 넣는다
AI Agent 실습에서 결과물이 나오면 참가자들은 자연스럽게 감탄하거나 실망합니다. 그런데 그다음 단계가 더 중요합니다.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확인하고 고치는 시간을 연수 안에 넣어야 합니다. 이 단계가 빠지면 AI 활용이 실제 업무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Agent가 만든 연수 안내문 초안을 보고 날짜, 장소, 신청 링크, 표현의 적절성을 직접 확인하게 합니다. 설문 문항 초안을 보고 중복 문항이나 유도 질문이 있는지 표시하게 합니다. 정책자료 요약문을 보고 원문과 다른 내용이 섞이지 않았는지 확인하게 합니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는 AI가 잘하는 일과 사람이 해야 할 일을 자연스럽게 구분합니다. “AI가 써 줬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는 무엇을 검토해야 하는가”를 익히게 됩니다. 학교 현장에서는 이 감각이 특히 중요합니다.
5. 컨설팅에서는 한 팀의 반복업무를 함께 고른다
연수는 여러 사람이 함께 개념과 실습을 경험하는 자리라면, 컨설팅은 특정 학교나 팀의 실제 업무를 다루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컨설팅에서는 일반 예시보다 그 팀의 반복업무를 함께 찾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요즘 가장 자주 반복되는 문서 작업은 무엇인가요?”, “매번 비슷하게 안내하지만 시간이 걸리는 업무는 무엇인가요?” 같은 질문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교육전문직 업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연수 운영팀이라면 안내문, 만족도 조사, 결과 보고가 반복됩니다. 장학이나 정책 업무라면 자료 요약, 회의자료 구성, 질의응답 정리가 반복됩니다. 학교라면 주간 일정 안내, 가정통신문 초안, 회의 안건 정리 같은 업무가 후보가 될 수 있습니다.
컨설팅의 목표는 그 자리에서 거창한 자동화 시스템을 완성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 가지 업무를 골라 Agent에게 맡길 부분과 사람이 확인할 부분을 나누어 보는 것입니다. 그 정도만 해도 팀은 다음 실험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출발점을 얻습니다.
6. 결과보다 실험 기록을 남기게 한다
연수나 컨설팅이 끝나면 참가자들은 결과물 파일만 챙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조직 안에서 경험이 이어지려면 결과보다 실험 기록이 더 중요합니다. 어떤 업무를 선택했는지, 어떤 자료를 넣었는지, 어떤 지시를 했는지, 결과를 어떻게 수정했는지 남겨야 합니다.
기록 양식은 단순해도 됩니다. 업무명, 입력 자료, Agent에게 맡긴 일, 사람이 확인한 일, 좋았던 점, 주의할 점 정도면 충분합니다. 이 기록이 여러 개 쌓이면 학교나 교육청의 AI Agent 활용 사례가 됩니다. 다음 연수 자료로도 쓸 수 있고, 조직 내부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도 도움이 됩니다.
제가 블로그 연재를 준비할 때 00_목차.md에 준비 상태와 링크를 남기는 이유도 같습니다. 매번 새로 기억하지 않아도 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조직의 AI 활용도 결국 기록이 있어야 개인 경험을 넘어 공동의 자산이 됩니다.
7. 부담을 줄이는 안내 문장이 필요하다
AI Agent 연수에서는 기술보다 분위기가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참가자들이 “이제 이것까지 배워야 하나”라고 느끼면 시작부터 부담이 커집니다. 그래서 안내 문장도 조심해야 합니다. “AI를 반드시 써야 한다”보다 “반복되는 초안 작업을 조금 줄여 보는 실험”이라고 표현하는 편이 낫습니다.
저는 연수에서 이런 문장을 쓰고 싶습니다. “오늘은 완벽한 자동화를 배우는 시간이 아닙니다. 내 업무 중 하나를 골라 초안 작성과 정리 시간을 줄일 수 있는지 확인해 보는 시간입니다.” 이 정도 문장만으로도 참가자는 실패에 대한 부담을 덜 느낄 수 있습니다.
AI Agent는 사람을 대체하는 도구로 소개되기보다, 사람이 검토하고 판단할 시간을 확보해 주는 도구로 안내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학교와 교육행정 조직에서 불필요한 경계심을 줄이고, 안전한 실험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AI Agent를 연수와 컨설팅에서 다룰 때는 기능 설명보다 업무 장면, 프롬프트보다 입력 자료와 검토 기준, 결과물보다 실험 기록을 앞에 두는 편이 좋습니다. 작은 업무 하나를 골라 맡길 일과 확인할 일을 나누어 보는 것만으로도 현장에서는 충분히 의미 있는 출발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