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는 지금까지 쌓아 온 AI Agent 활용기를 전자책 원고로 묶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블로그 글을 모아 책으로 만드는 일은 단순한 편집이 아니라, 내가 왜 이 도구를 쓰기 시작했는지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렇게 정리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생겼습니다. 개인이 혼자 쓰는 AI Agent 경험을 학교나 교육행정 조직에서는 어디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요.

 

저는 처음부터 조직 전체에 AI Agent를 도입하자는 식으로 접근하면 오히려 어렵다고 봅니다. 학교와 교육청 업무는 책임 소재가 분명해야 하고, 개인정보와 공문서 관리도 조심해야 합니다. 교사와 교육전문직의 업무 방식도 제각각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거창한 플랫폼보다 작고 안전한 실험이 더 현실적입니다. 오늘 글에서는 Hermes Agent를 개인 업무에 써 보며 느낀 점을 바탕으로, 학교와 교육행정 조직에서 시작해 볼 만한 작은 실험들을 정리해 보려 합니다.

 

1. 조직 도입보다 먼저 한 사람의 반복업무를 본다

 

AI Agent를 조직에 적용한다고 하면 흔히 시스템 구축부터 떠올립니다. 전용 서버, 관리자 계정, 보안 정책, 사용 매뉴얼 같은 것들이 먼저 생각납니다. 물론 언젠가는 이런 준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 단계로 가면 논의가 무거워지고, 실제 사용 장면은 뒤로 밀릴 수 있습니다.

 

제가 Hermes Agent를 쓰면서 가장 먼저 체감한 변화는 큰 업무가 아니라 작은 반복업무에서 나왔습니다. 매일 같은 폴더를 확인하고, 다음 글 주제를 고르고, Word 파일과 이미지를 만들고, Google Drive 링크를 정리하는 일처럼 말입니다. 하나하나는 사소하지만 매일 반복되면 시간을 잡아먹습니다. Agent는 이런 일을 일정한 절차로 묶어 대신 처리할 때 힘을 발휘했습니다.

 

학교와 교육행정 조직에서도 출발점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조직에 AI를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보다 우리 팀에서 매주 반복되는 업무는 무엇인가를 먼저 묻는 편이 좋습니다. 회의자료 취합, 공문 초안 정리, 연수 안내 문구 작성, 설문 응답 요약, 일정 안내문 만들기 같은 작은 장면이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2. 첫 실험은 공개 자료와 비민감 업무로 시작한다

 

학교 현장에서 AI 도구를 쓸 때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학생 개인정보와 민감한 내부 자료입니다. 그래서 첫 실험은 반드시 공개 자료나 비민감 업무로 시작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예를 들어 교육부 보도자료 요약, 공개 연수 계획서 목차 정리, 이미 배포된 안내문의 문장 다듬기, 공개 통계자료 기반 질의응답 같은 작업이 좋습니다.

 

이런 업무는 실패해도 위험이 크지 않습니다.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람이 고치면 됩니다. 반대로 개인정보가 담긴 상담 기록이나 학생 평가자료, 내부 민원 문서부터 맡기면 작은 오류도 큰 문제가 됩니다. AI Agent의 가능성을 보려다가 신뢰를 잃을 수 있습니다.

 

작은 실험의 목적은 “AI가 사람을 대신한다를 증명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업무는 초벌 정리까지 맡길 수 있구나”, “어떤 자료는 사람이 다시 확인해야 하는구나를 조직이 함께 익히는 데 있습니다. 안전한 자료로 시작하면 구성원들이 도구의 장단점을 차분히 볼 수 있습니다.

 

3. Agent에게 맡길 일과 사람이 확인할 일을 나눈다

 

AI Agent를 쓰다 보면 처음에는 어디까지 맡겨도 될까가 늘 헷갈립니다. 그래서 저는 업무를 세 칸으로 나누어 보는 편이 좋았습니다. Agent에게 맡길 일, 사람이 확인할 일, 사람이 직접 결정할 일입니다. 이 구분이 없으면 결과물을 보고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애매해집니다.

 

예를 들어 연수 안내문을 만든다고 해 보겠습니다. Agent에게는 기존 계획서에서 일정, 장소, 대상, 신청 방법을 뽑아 안내문 초안을 만들게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날짜와 신청 링크, 표현의 정확성을 확인합니다. 최종 발송 여부와 발송 대상은 담당자가 결정합니다. 이렇게 나누면 Agent는 초안 작성 도구가 되고, 사람은 판단과 책임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학교 조직에서도 이 원칙은 중요합니다. AI가 만든 결과를 그대로 공문이나 가정통신문으로 내보내는 방식은 위험합니다. 대신 초안을 빠르게 만들고, 사람의 검토 시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쓰면 업무경감의 의미가 살아납니다.

 

4. 팀 단위 실험은 공유 프롬프트보다 공유 절차가 먼저다

 

AI 활용 연수를 하다 보면 좋은 프롬프트를 공유해 달라는 요청을 자주 듣습니다. 물론 예시 프롬프트는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조직 안에서 실제로 오래 쓰이려면 프롬프트 문장보다 업무 절차가 먼저 정리되어야 합니다. 누가 자료를 넣고, 어떤 결과를 받고, 누가 검토하고, 어디에 저장할지가 정해져야 합니다.

 

제가 블로그 원고를 준비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단순히 좋은 글을 써 줘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목차 확인, 다음 순번 결정, Markdown 저장, Word 생성, 이미지 생성, Drive 업로드, 목차 업데이트라는 절차가 있었습니다. 절차가 있으니 Agent에게 지시하기 쉬웠고, 결과를 확인하기도 쉬웠습니다.

 

학교나 교육청 팀에서도 작은 업무 하나를 골라 같은 방식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수 후 설문 응답 정리라는 업무를 선택했다면, 원자료 위치, 익명화 방식, 요약 기준, 담당자 검토, 최종 보고서 반영 순서를 정합니다. 이 절차가 잡히면 프롬프트는 그다음에 다듬어도 늦지 않습니다.

 

5. 성공 기준을 완전 자동화로 잡지 않는다

 

AI Agent 이야기를 하면 자동화라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하지만 학교와 교육행정 조직의 첫 실험에서 성공 기준을 완전 자동화로 잡으면 부담이 커집니다. 실제 업무는 예외가 많고, 문맥도 복잡하며, 최종 책임은 사람이 져야 합니다. 처음부터 버튼 하나로 끝나는 시스템을 기대하면 실망하기 쉽습니다.

 

저는 성공 기준을 조금 낮추어 잡는 편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초안 작성 시간이 30분에서 10분으로 줄었다면 의미가 있습니다. 회의록 정리에서 누락된 안건을 사람이 더 빨리 찾을 수 있었다면 그것도 성과입니다. 반복 안내문을 만들 때 매번 처음부터 쓰지 않아도 되었다면 충분히 작은 성공입니다.

 

작은 성공이 쌓이면 구성원들의 인식도 바뀝니다. “AI가 다 해 주는가가 아니라 이 부분은 맡겨도 되겠네라는 감각이 생깁니다. 이 감각이 조직 안에서 공유될 때 다음 단계의 실험도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6. 기록을 남겨야 조직의 경험이 된다

 

개인이 AI Agent를 써 보고 끝내면 경험은 개인에게만 남습니다. 조직 적용을 생각한다면 실험 과정 자체를 기록해야 합니다. 어떤 업무에 적용했는지, 어떤 자료를 넣었는지, 결과가 어디까지 쓸 만했는지, 사람이 어떤 부분을 수정했는지 남겨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 사람이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습니다.

 

기록은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 장짜리 실험 메모면 충분합니다. 업무명, 사용 자료, Agent에게 맡긴 일, 사람이 확인한 일, 효과, 주의점 정도만 적어도 됩니다. 이 메모가 쌓이면 나중에는 학교용 AI Agent 활용 사례집이나 연수 자료로 바꿀 수 있습니다.

 

Hermes Agent로 블로그 연재를 준비하면서 00_목차.md에 상태와 링크를 남긴 것도 같은 이유였습니다. 어떤 글이 준비되었는지, 어떤 파일이 어디에 있는지 기록해 두니 다음 작업이 이어졌습니다. 조직에서도 기록은 자동화보다 먼저 필요한 기반입니다.

 

7. 작은 실험의 끝은 업무문화 질문으로 이어진다

 

AI Agent를 학교와 교육행정 조직에 적용하는 일은 결국 기술 문제가 아니라 업무문화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어떤 일을 반복하고 있는지, 왜 사람이 매번 처음부터 작성하고 있는지, 검토와 책임은 어떻게 나누어야 하는지 묻게 됩니다. 이 질문이 생기면 AI 도구는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업무를 돌아보는 거울이 됩니다.

 

처음에는 한 사람의 실험으로 충분합니다. 한 팀에서 한 가지 업무만 골라도 됩니다. 중요한 것은 작게 시작하되 기록을 남기고, 결과를 함께 검토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 AI Agent가 개인의 편리한 도구를 넘어 조직의 업무경감 논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학교와 교육행정 조직에서 AI Agent를 바로 전면 도입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공개 자료 요약, 안내문 초안, 회의자료 정리, 설문 응답 요약처럼 작고 안전한 업무부터 실험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때 Agent에게 맡길 일과 사람이 확인할 일을 나누고, 결과를 기록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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