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글에서는 AI Agent를 학교에 도입할 때 필요한 원칙을 정리했습니다.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학교 업무에 곧바로 넣기보다, 어떤 자료를 맡기지 않을 것인지, 누가 최종 확인할 것인지, 교사의 전문성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부터 살펴보아야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글을 쓰고 나니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생겼습니다. 지금 제가 이렇게 AI Agent를 쓰고 기록하는 경험은 연구 주제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입니다.
저는 교육공학을 공부했고, 교육전문직 업무를 하면서 새로운 기술이 학교 현장에 들어올 때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자주 보게 됩니다. 기술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그 기술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업무 장면에서 받아들이며, 어떤 불안과 기대를 함께 갖는가였습니다. AI Agent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좋다, 나쁘다”로 판단하기에는 이미 업무 방식 안으로 조금씩 들어오고 있습니다.
Hermes Agent를 사용하면서 블로그 원고를 준비하고, 파일을 만들고, 이미지를 렌더링하고, Google Drive에 올려 링크를 정리하는 과정을 매일 반복해 보았습니다. 이 과정은 개인적인 활용기이기도 하지만, 교육공학 관점에서는 꽤 흥미로운 현장 자료가 됩니다. 사람이 AI에게 무엇을 맡기고, 어디에서 다시 확인하며, 어떤 기준으로 결과물을 수정하는지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1. 연구 주제는 거창한 기술보다 실제 장면에서 나온다
AI Agent를 연구한다고 하면 먼저 최신 모델 성능이나 복잡한 시스템 구조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물론 그런 연구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교육현장과 교육전문직 업무에 가까운 연구라면, 출발점은 더 작고 구체적이어도 괜찮습니다. 예를 들어 “교육전문직은 반복 문서 업무에서 AI Agent를 어떻게 활용하는가” 같은 질문이 오히려 현장과 가깝습니다.
제가 매일 경험하는 장면도 그렇습니다. 오늘 준비할 글의 순번을 확인하고, 이전 글의 흐름을 읽고, 다음 원고를 쓰고, Word 파일과 이미지를 만들고, Drive에 업로드한 뒤 목차 파일에 기록합니다. 사람이 직접 하면 어렵지는 않지만 여러 단계가 이어져 있어 놓치기 쉽습니다. AI Agent는 이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 처리합니다.
연구 주제는 바로 이런 지점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 AI Agent가 어떤 업무 단계를 대신했는가, 어떤 단계에서는 사람이 개입했는가, 자동화가 시간을 줄였는가, 오히려 확인해야 할 일이 늘었는가 같은 질문입니다. 기술을 설명하는 연구가 아니라, 기술이 업무 흐름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는 연구입니다.
2. 사용 기록은 연구 자료가 될 수 있다
AI Agent를 쓰다 보면 대화 기록, 생성된 파일, 수정 전후 원고, 작업 로그, 오류 메시지 같은 자료가 남습니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가는 흔적이지만, 연구 관점에서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교육공학 연구에서는 학습자나 교사의 행동 기록뿐 아니라, 도구 사용 과정에서 남는 상호작용 기록도 의미 있게 다룰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Hermes Agent에게 “다음 글을 준비해 줘”라고 요청하면, Agent는 목차 파일을 읽고, 초안 폴더를 확인하고, 다음 순번을 판단합니다. 그다음 원고를 만들고, 이미지 제작 방식을 선택하고, 업로드 결과를 확인합니다. 이 기록을 모으면 AI Agent와 사람이 함께 일하는 절차가 보입니다.
물론 모든 기록을 그대로 연구 자료로 쓰면 안 됩니다. 개인 계정 정보, 파일 경로, 인증 관련 내용, 민감한 업무 내용은 제외하거나 비식별화해야 합니다. 연구 자료로 삼으려면 무엇을 수집하고 무엇을 제외할지 기준을 먼저 정해야 합니다. 연구가 되려면 기록이 많다는 사실보다, 기록을 다루는 원칙이 분명해야 합니다.
3. 연구문제는 ‘효과’보다 ‘과정’을 먼저 묻는 것이 좋다
새로운 도구 연구에서 자주 나오는 질문은 “효과가 있는가”입니다. AI Agent도 업무 시간을 얼마나 줄였는지, 산출물의 질이 좋아졌는지 측정하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초기 단계에서는 효과를 단정하기보다 과정부터 보는 편이 더 안전합니다. 아직 사용 방식이 안정되지 않았고, 사람마다 업무 맥락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연구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교육전문직 업무에서 AI Agent는 어떤 반복 작업을 지원하는가. 사용자는 어떤 단계에서 AI Agent의 산출물을 신뢰하거나 수정하는가. AI Agent 활용 과정에서 개인정보와 책임 문제는 어떻게 인식되는가. 자동화 경험은 업무경감에 대한 기대와 불안을 어떻게 바꾸는가.
이런 질문은 숫자 하나로 끝나지 않습니다. 대신 실제 사용자의 경험과 판단 과정을 자세히 보여 줄 수 있습니다. AI Agent가 시간을 몇 분 줄였는지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어떤 일을 맡길 수 있다고 느끼는지, 어떤 일은 끝까지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느끼는지 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4. 작은 사례연구나 실행연구로 시작할 수 있다
처음부터 큰 표본을 모으거나 여러 학교를 비교하는 연구를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개인의 실제 사용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례연구, 혹은 작은 실행연구가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교육전문직 한 명이 AI Agent를 업무 지원 도구로 사용하면서 어떤 가능성과 한계를 경험했는지 정리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한 달 동안 AI Agent를 활용한 업무를 기록해 볼 수 있습니다. 자료 요약, 연수 기획, 공문 초안, 설문 문항, 회의록 정리, 블로그 원고 준비 같은 작업을 범주화합니다. 각 작업에서 요청 내용, 산출물, 수정 사항, 소요 시간, 느낀 점을 간단히 남깁니다. 이렇게 쌓인 자료는 연구의 1차 자료가 됩니다.
실행연구로 본다면 더 분명합니다. 먼저 현재 업무에서 반복되는 어려움을 진단하고, AI Agent를 활용한 개선 방안을 적용해 본 뒤, 결과와 한계를 성찰합니다. 한 번의 적용으로 끝내지 않고 다음 주기에서 요청 방식이나 검토 기준을 바꾸어 보는 것입니다. AI Agent 활용은 완성된 처방이라기보다 계속 조정되는 실천에 가깝습니다.
5. 윤리와 개인정보는 연구 설계의 앞부분에 놓아야 한다
AI Agent 활용 경험을 연구로 연결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은 윤리와 개인정보입니다. 특히 학교 현장 자료가 들어가는 순간 주의 수준이 달라집니다. 학생 이름을 지웠다고 해서 충분한 것이 아닙니다. 학교명, 행사명, 특정 상황, 날짜가 합쳐지면 개인이나 기관이 드러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연구 설계 단계에서 자료 범위를 제한해야 합니다. 공개 가능한 자료, 연구자가 직접 작성한 가상 사례, 이미 비식별화된 예시, 개인 작업 기록처럼 위험이 낮은 자료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 학교 자료를 쓰려면 기관의 절차, 동의, 보안, 저장 위치, 폐기 기준까지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또 하나는 AI Agent가 만든 산출물을 연구 결과처럼 착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AI가 정리한 표나 요약은 연구자의 분석을 돕는 자료일 수는 있지만, 그대로 결론이 되지는 않습니다. 연구자는 자료를 어떻게 해석했는지, 어떤 기준으로 코딩하거나 분류했는지 설명해야 합니다. 도구가 분석을 도와도 연구 책임은 사람에게 남습니다.
6. 교육공학의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개인 사용기를 논문 주제로 만들려면 경험을 교육공학의 언어로 번역해야 합니다. “편했다”에서 멈추면 블로그 후기이고, “어떤 과업 구조에서 어떤 지원이 일어났는가”로 바꾸면 연구 질문에 가까워집니다. “시간이 줄었다”도 “반복적 인지 부담이 줄었는가”, “산출물 검토 과정이 어떻게 바뀌었는가”로 조금 더 정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I Agent의 도구 사용은 수행지원(performance support) 관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기억과 자동화는 개인 지식관리나 업무흐름 자동화와 연결됩니다. Telegram 그룹방을 업무공간처럼 나누어 쓰는 방식은 분산된 학습·업무 환경 설계로 볼 수도 있습니다. 교육전문직의 업무경감은 단순 효율이 아니라 전문적 판단에 쓸 시간을 확보하는 문제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번역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기술 경험을 이론에 억지로 끼워 맞추자는 뜻은 아닙니다. 현장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을 교육공학 개념으로 설명하면, 개인 경험이 다른 사람도 검토할 수 있는 연구 주제로 바뀝니다.
7. 블로그 연재는 연구 노트가 될 수 있다
이번 AI Agent 연재는 티스토리에 올릴 글을 준비하는 작업이지만, 동시에 연구 노트의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매 글마다 어떤 업무 장면을 다루었는지, 어떤 가능성과 한계를 보았는지, 다음 질문이 무엇인지가 남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이 글들을 다시 읽으면 연구문제 후보와 사례 자료가 자연스럽게 정리될 수 있습니다.
물론 블로그 글과 논문은 다릅니다. 블로그는 경험을 쉽게 풀어 쓰는 공간이고, 논문은 선행연구와 방법, 분석, 논의를 갖추어야 합니다. 하지만 좋은 연구는 대개 일상의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이거 실제로 도움이 되나?”, “왜 어떤 업무에는 잘 맞고 어떤 업무에는 조심스러울까?”, “학교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같은 질문이 연구의 씨앗이 됩니다.
저는 AI Agent를 쓰는 경험을 단순한 활용기로만 남기고 싶지는 않습니다. 교육현장 업무경감, 교사의 전문성 보호, 학교관리자의 업무 흐름, 교육전문직의 지원 방식과 연결해 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보면 매일 남기는 원고와 파일, 작은 시행착오도 나중에는 연구 설계의 자료가 됩니다.
마무리하며
AI Agent 활용 경험을 논문 주제로 연결한다는 것은 거창한 기술 연구를 하겠다는 뜻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내가 실제로 어떤 일을 맡겨 보았고, 어디에서 도움이 되었으며, 어떤 지점에서 사람이 다시 판단해야 했는지를 차분히 기록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그 기록이 쌓이면 교육공학 연구의 질문으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AI Agents' 카테고리의 다른 글
| AI Agent를 학교에 도입할 때 필요한 원칙 (0) | 2026.06.24 |
|---|---|
| 학교 일정, 회의, 공문, 보고의 흐름을 줄이는 방법 (0) | 2026.06.23 |
| 교감의 하루 업무를 AI Agent 관점에서 다시 보기 (0) | 2026.06.22 |
| 평가 문항, 피드백, 생활지도 자료 작성하기 (0) | 2026.06.19 |
| 교사의 수업 준비를 AI Agent가 어디까지 도울 수 있을까 (0) | 2026.06.1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