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글에서는 AI Agent로 교육정책 자료를 요약하는 과정을 이야기했습니다. 교육부 보도자료, 교육청 계획, 연수 운영 지침처럼 긴 자료를 읽을 때 AI Agent는 핵심 내용을 줄여 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교육전문직 관점에서 쟁점을 정리하고 다음 문서에 넣을 문장 초안까지 만들어 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책 자료 요약은 사실 다음 작업의 출발점에 가깝습니다. 교육전문직 업무에서는 자료를 읽고 끝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자료를 읽은 뒤에는 보고자료를 만들거나, 학교에 안내하거나, 연수 기획에 반영해야 합니다. 특히 교원연수 업무에서는 정책의 방향을 실제 교사가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배움의 구조로 바꾸어야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중에서도 연수 기획 초안을 AI Agent와 함께 만드는 과정을 다루어 보려고 합니다. 연수 기획은 단순히 제목을 정하고 강사를 섭외하는 일이 아닙니다. 대상, 필요성, 목표, 내용, 운영 방식, 일정, 기대 효과까지 연결해야 하는 복합적인 작업입니다. Hermes Agent를 활용하면 이 과정을 처음부터 혼자 붙잡고 있기보다, 초안을 빠르게 만들고 여러 방향으로 조정해 보면서 기획의 출발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1. 연수 기획은 생각보다 많은 판단을 요구한다
연수 기획이라고 하면 먼저 연수명, 강사, 일정표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연수를 기획해 보면 그보다 훨씬 많은 판단이 필요합니다. 이 연수가 왜 필요한지, 누구를 대상으로 해야 하는지, 정책 방향과 현장 요구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강의와 실습의 비율은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 연수 후 교사가 무엇을 가져가야 하는지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특히 교육전문직 업무에서 연수 기획은 단순한 행정 문서 작성이 아닙니다. 정책의 언어를 현장의 배움 구조로 바꾸는 일에 가깝습니다. 정책 자료에는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을 지원한다”처럼 넓은 문장이 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연수에서는 그것을 교사가 이해할 수 있는 사례, 실습, 질문, 적용 과제로 바꾸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순간은 빈 문서를 처음 열었을 때입니다. 방향은 어렴풋이 있지만 제목, 필요성, 목표, 세부 내용으로 정리하려면 생각이 잘 움직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AI Agent는 바로 이 지점에서 도움이 됩니다. 기획을 대신 완성해 주기보다, 흩어져 있는 생각을 연수 기획안의 형식으로 빠르게 배열해 주기 때문입니다.
2. “기획안 써 줘”라고만 하면 부족하다
AI Agent에게 연수 기획안을 요청할 때 “연수 기획안 써 줘”라고만 하면 대체로 무난하지만 평범한 결과가 나옵니다. 일반적인 연수 목적, 비슷한 차시 구성, 익숙한 기대 효과가 나열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결과도 출발점으로는 쓸 수 있지만, 실제 업무에 바로 붙이기에는 부족합니다.
결과가 달라지는 지점은 맥락을 얼마나 함께 주느냐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초등 교사 대상”, “3시간 연수”, “디지털 기반 수업 설계”, “실습 중심”, “연수 후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산출물 필요”처럼 조건을 넣으면 훨씬 현실적인 초안이 나옵니다. 정책 자료나 이전 요약문을 함께 제공하면 정책 방향과 현장 적용 사이의 연결도 더 잘 잡힙니다.
저는 AI Agent에게 요청할 때 가급적 다음 요소를 함께 주려고 합니다. 연수 대상, 연수 시간, 정책 배경, 현장 교사의 어려움, 원하는 산출물, 운영 방식입니다. 이 정도만 있어도 Agent는 단순한 제목 제안을 넘어 연수 필요성, 목표, 차시 구성, 활동 예시, 운영상 유의점까지 한 번에 정리해 줍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이 정책 자료를 바탕으로 초등 교사를 대상으로 한 3시간 연수 기획 초안을 만들어 줘. 연수 목적, 대상, 필요성, 목표, 세부 내용, 운영 방법, 기대 효과를 포함해 줘. 강의식 설명보다 사례 분석과 실습 활동이 포함되도록 구성해 줘.
이 요청에는 “무엇을”, “누구에게”,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가 들어 있습니다. AI Agent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명령이 아니라, 기획자가 보고 있는 업무 맥락입니다.
3. AI Agent가 도와줄 수 있는 연수 기획 요소
연수 기획에서 AI Agent가 비교적 잘 도와주는 부분은 초안화가 필요한 영역입니다. 예를 들어 연수 제목 후보를 여러 개 만들거나, 연수 필요성 문단을 정책 배경과 현장 요구로 나누어 작성하거나, 연수 목표를 3~5개로 정리하는 일은 Agent가 빠르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차시 구성도 유용했습니다. 3시간, 6시간, 15시간처럼 시간 조건을 주면 도입, 정책 이해, 사례 탐색, 실습, 공유, 정리 단계로 나누어 일정을 제안해 줍니다. 여기에 “강의 30%, 실습 50%, 공유 20% 정도로 구성해 줘”처럼 비율을 주면 더 구체적인 일정표가 나옵니다.
또 하나 유용한 부분은 부속 자료입니다. 연수 운영을 하려면 기획안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설문 문항, 사전 과제 안내, 실습 활동지, 만족도 설문, 운영자 체크리스트, 강사 섭외 기준도 필요합니다. AI Agent는 이런 부속 문서의 초안까지 이어서 만들 수 있습니다. 연수 기획이 하나의 문서에서 끝나지 않고 여러 산출물로 확장되는 업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부분이 꽤 큰 도움이 됩니다.
물론 Agent가 만든 결과가 곧바로 최종안이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빈 문서에서 시작하는 것과, 어느 정도 구조가 잡힌 초안을 놓고 고치는 것은 다릅니다. 업무경감은 바로 이 차이에서 생깁니다.
4. 정책 자료를 연수 기획안으로 바꾸는 흐름

정책 자료를 연수 기획안으로 바꿀 때 저는 대략 다음 흐름을 생각합니다.
정책 자료를 먼저 읽고 핵심 쟁점을 요약합니다. 그다음 교사가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과 실제로 해 보아야 할 내용을 나눕니다. 이어서 연수 대상을 정하고, 그 대상에게 필요한 목표를 도출합니다. 목표가 정해지면 차시별 내용을 배열하고, 각 차시에 맞는 활동과 실습을 붙입니다. 마지막으로 운영 일정표와 기대 효과, 사전·사후 과제를 정리합니다.
이 흐름을 AI Agent에게 맡기면 정책 문장이 연수 문장으로 바뀌는 과정을 빠르게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책 자료에는 “AI 디지털도구 활용 역량 강화”라는 표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것을 연수로 바꾸면 “AI 디지털도구 기능 이해”, “수업 장면별 활용 사례 분석”, “우리 학급에 적용할 활동 설계”, “동료 피드백을 통한 수업안 보완”처럼 교사의 배움 순서로 재구성해야 합니다.
정책 자료의 문장은 대체로 행정적이고 포괄적입니다. 연수 기획의 일은 그 문장을 교사가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배움의 순서로 다시 배열하는 것입니다. AI Agent는 이 재배열의 초안을 빠르게 보여 줍니다. 그러면 기획자는 그 초안을 보며 “이건 너무 추상적이다”, “이 활동은 시간이 부족하다”, “이 대상에게는 사례를 더 넣어야 한다”처럼 판단할 수 있습니다.
5. Telegram 대화방은 연수 기획 아이디어를 다듬는 작업 공간이 된다
제가 Hermes Agent를 Telegram으로 쓰면서 좋았던 점은 생각의 흐름을 끊지 않고 요청을 이어 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정책 자료를 요약한 뒤 바로 같은 대화방에서 “이 내용을 연수 기획안으로 바꿔 줘”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결과가 나오면 다시 “3시간 과정으로 줄여 줘”, “관리자 대상 버전으로 바꿔 줘”, “실습 활동을 더 넣어 줘”, “만족도 설문 문항도 만들어 줘”라고 이어서 말할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은 연수 기획의 초안을 여러 번 바꿔 보는 데 특히 좋았습니다. 기존에는 한글 문서나 워드 파일 안에서 혼자 문장을 고치며 버전을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Telegram 대화방에서 방향을 바꿔 가며 여러 안을 받아 보고, 그중 쓸 만한 구성을 문서로 옮길 수 있습니다.
저에게 Telegram 대화방은 단순한 채팅창이 아니라 연수 기획 아이디어를 접수하고 다듬는 작업 공간에 가까워졌습니다. 이동 중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남겨 둘 수도 있고, 나중에 Agent가 그 내용을 바탕으로 초안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특히 주제별 대화방을 나누어 두면 연수 기획, 블로그, 논문, 문서 검토처럼 업무 맥락이 섞이지 않아 더 편리합니다.
6. 사람이 반드시 확인해야 할 부분
AI Agent가 연수 기획 초안을 잘 만들어 주더라도 사람이 반드시 확인해야 할 부분은 남습니다. 먼저 연수 목적이 실제 정책 방향과 맞는지 봐야 합니다. AI가 그럴듯한 목표를 만들었더라도 기관의 사업 방향이나 연수 운영 계획과 어긋나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연수 대상의 수준도 중요합니다. 같은 AI 연수라도 신규 교사, 경력 교사, 관리자, 교육전문직에게 필요한 내용은 다릅니다. AI Agent는 대상 조건을 주면 어느 정도 조정해 주지만, 실제 현장의 분위기와 요구를 완전히 알지는 못합니다. 기획자는 “이 정도 난이도가 적절한가”, “현장 교사가 부담스럽게 느끼지는 않을까”, “지금 시기에 필요한 내용인가”를 다시 판단해야 합니다.
운영 가능성도 확인해야 합니다. 시간 안에 가능한 구성인지, 실습을 위한 기기와 계정이 준비되는지, 강사 섭외가 현실적인지, 예산과 장소가 가능한지, 연수 이수 기준이나 평가 방식과 맞는지 검토해야 합니다. AI Agent는 기획안의 빈칸을 채워 줄 수 있지만, 그 기획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할지 판단하는 일은 교육전문직의 몫입니다.
그래서 저는 Agent에게 초안을 받은 뒤 반드시 “현실적으로 무리한 부분을 따로 표시해 줘”, “운영 전에 확인해야 할 사항을 체크리스트로 만들어 줘”라고 다시 요청하는 편이 좋다고 봅니다. 좋은 초안은 완성된 문서가 아니라 검토할 지점을 잘 드러내는 문서입니다.
7. 연수 기획 업무경감의 의미
AI Agent와 함께 연수 기획 초안을 만든다는 것은 기획자의 역할이 줄어든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복적인 형식 작성에서 벗어나, 연수의 방향과 현장 적합성을 더 깊이 판단할 시간을 확보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교육전문직 업무에서 기획은 늘 시간과 함께 움직입니다. 정책 자료는 계속 나오고, 현장의 요구는 다양하며, 연수 일정은 빠르게 잡힙니다. 이때 AI Agent가 제목 후보, 필요성 문단, 목표, 일정표, 활동 예시를 먼저 만들어 주면 기획자는 더 빨리 비교하고 수정할 수 있습니다. 초안이 빨리 생기면 회의도 빨라지고, 동료와 의견을 나누기도 쉬워집니다.
업무경감은 판단을 없애는 것이 아닙니다. 판단할 초안을 빨리 확보하는 것입니다. 연수 기획에서 AI Agent의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기획안을 만들어 주는 도구가 아니라, 교육전문직이 더 좋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출발점을 만들어 주는 도구입니다.
마무리하며
정책 자료를 읽고 요약하는 일은 중요하지만, 교육전문직 업무는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읽은 내용을 연수 주제와 목표, 차시 구성, 실습 활동, 운영 일정표로 바꾸어야 할 때가 많습니다. Hermes Agent는 이 과정을 Telegram 대화방과 로컬 작업 폴더의 맥락 안에서 이어 갈 수 있게 해 줍니다.
물론 AI Agent가 만든 연수 기획 초안을 그대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정책 방향, 현장 적합성, 운영 가능성, 대상의 수준은 사람이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그러나 빈 문서 앞에서 멈추는 시간을 줄이고, 여러 기획안을 빠르게 비교하며, 부속 자료 초안까지 이어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연수 기획 업무에는 충분히 실용적인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AI Agent는 연수 기획을 대신하는 기획자가 아니라, 기획자가 더 빨리 생각을 정리하도록 돕는 협업자에 가깝습니다. 정책의 언어를 현장의 배움으로 바꾸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지만, 그 출발점을 만드는 방식은 이제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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