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는 회의자료와 회의록 정리에 AI Agent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회의 업무를 줄이는 방법은 단순히 회의록을 자동으로 쓰는 데 있지 않았습니다. 회의 전 자료를 정리하고, 회의 중 핵심 메모를 남기고, 회의 후 결정 사항과 후속 조치를 이어 주는 흐름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흐름을 조금 더 넓혀 보려고 합니다. 교육청이나 연수원에서 일하다 보면 ‘완전히 새로운 일’보다 ‘비슷한 방식으로 반복되는 일’이 훨씬 많습니다. 일정 확인, 파일 정리, 안내문 초안 작성, 신청자 명단 확인, 회의 전 브리핑, 발송 전 점검, 결과 정리 같은 일들입니다. 하나하나는 어렵지 않지만, 여러 사업이 동시에 돌아가면 하루를 잘게 나누어 가져갑니다.

 

AI Agent를 쓰면서 가장 먼저 줄어드는 부분도 이런 반복업무입니다. 대단한 자동화 시스템을 처음부터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매번 내가 손으로 확인하고 복사하고 정리하던 일을 작은 단위로 맡기는 방식입니다. Hermes Agent처럼 Telegram으로 지시하고, 로컬 파일을 읽고, 일정과 문서를 다룰 수 있는 환경이라면 반복업무를 ‘한 번 요청하면 처리되는 흐름’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1. 반복업무는 사소해서 더 잘 보이지 않는다

 

반복업무의 특징은 이상하게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큰 보고서나 연수 계획서는 “일을 했다”는 느낌이 남지만, 파일명을 맞추고, 표를 확인하고, 안내 문구를 고치고, 폴더를 정리하고, 메일이나 메시지를 다시 읽는 시간은 흩어져 사라집니다. 하루가 끝났을 때 바빴는데 무엇을 했는지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교육청·연수원 업무에서는 특히 이런 장면이 많습니다. 연수 신청자가 바뀌면 명단을 다시 확인해야 하고, 강사에게 보낼 안내문은 행사명과 시간만 조금씩 달라집니다. 회의자료는 지난번 양식을 가져오지만 일정과 참석자, 쟁점은 다시 고쳐야 합니다. 결과 보고서도 큰 구조는 비슷하지만 수치, 사진, 만족도, 개선 의견이 매번 달라집니다.

 

이런 업무는 사람이 직접 해도 됩니다. 문제는 사람이 꼭 해야 하는 판단과, 반복적으로 정리만 하면 되는 작업이 섞여 있다는 것입니다. AI Agent 자동화는 사람의 판단을 없애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람이 판단해야 하는 부분을 남기고, 그 판단 앞뒤에 붙어 있는 반복 정리 작업을 줄이자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저는 자동화를 시작할 때 “이 일을 완전히 없앨 수 있을까?”보다 “이 일에서 매번 같은 부분은 무엇인가?”를 먼저 봅니다. 매번 같은 부분이 보이면 AI Agent에게 맡길 수 있는 단위가 생깁니다.

 

2. 자동화의 출발점은 ‘명령’이 아니라 ‘업무 흐름’이다

 

AI Agent에게 “반복업무 자동화해 줘”라고 말하면 결과가 막연해집니다. 자동화는 도구의 문제가 아니라 업무 흐름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내가 어떤 순서로 일을 처리하는지 적어 보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연수 운영 안내문을 보낸다고 해 보겠습니다. 실제 흐름은 대략 이렇습니다.

 

1. 연수명, 일시, 장소, 대상, 준비물을 확인한다.

2. 이전 안내문 양식을 찾는다.

3. 이번 연수에 맞게 문구를 수정한다.

4. 빠진 정보가 없는지 점검한다.

5. 발송 대상과 첨부파일을 확인한다.

6. 최종 문장을 다듬고 발송한다.

 

이 중에서 사람이 반드시 판단해야 하는 것은 연수 운영의 의도, 안내 범위, 민감한 표현, 최종 발송 여부입니다. 반대로 이전 양식 찾기, 문구 초안 만들기, 빠진 항목 점검, 첨부파일 체크리스트 작성은 AI Agent에게 맡기기 좋습니다.

 

이렇게 흐름을 나누면 요청도 구체적이 됩니다.

 

> 다음 연수 안내문을 보내려고 해. 연수명, 일시, 장소, 대상, 준비물은 아래와 같아. 이전 안내문 형식을 참고해서 초안을 만들고, 발송 전에 확인해야 할 체크리스트를 따로 정리해 줘. 최종 발송 문구처럼 너무 딱딱하지 않게 써 줘.

 

자동화는 처음부터 버튼 하나로 끝나는 형태일 필요가 없습니다. 초안 생성, 체크리스트 작성, 누락 점검처럼 작은 흐름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이렇게 작은 자동화가 쌓이면 실제 업무 시간이 줄어듭니다.

 

3. 일정 확인과 아침 브리핑은 가장 먼저 자동화하기 좋은 영역이다

 

제가 AI Agent를 쓰면서 가장 먼저 체감한 부분은 일정 확인입니다. 교육전문직 업무에서는 하루 일정이 개인 일정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기관 일정, 부서 일정, 연수 일정, 회의 일정, 출장, 제출 마감, 공유 캘린더까지 겹칩니다. 아침마다 이것을 다시 보는 일은 단순하지만 놓치면 바로 문제가 됩니다.

 

AI Agent에게 아침 브리핑을 맡기면 단순 일정 나열보다 조금 더 유용한 결과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늘 일정, 회의 준비물, 이동이 필요한 일정, 마감이 임박한 일, 미리 확인해야 할 파일을 묶어서 정리하게 할 수 있습니다.

 

> 오늘 일정과 이번 주 마감 업무를 확인해서 아침 브리핑을 만들어 줘. 단순 일정 목록이 아니라, 오전에 먼저 확인할 일, 회의 전에 준비할 자료, 오늘 안에 결정해야 할 일을 구분해 줘.

 

이 요청은 사람의 아침 루틴을 줄여 줍니다. 캘린더를 보고, 메모를 보고, 어제 남긴 할 일을 다시 떠올리는 과정을 AI Agent가 한 번 정리해 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최종 판단은 사람이 해야 합니다. 하지만 하루를 시작할 때 머릿속에 흩어진 업무를 정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연수원 업무라면 “오늘 운영 중인 연수”, “이번 주 개강 예정 연수”, “강사 연락 필요”, “설문 마감”, “결과 보고 준비”처럼 업무 유형별 브리핑도 가능합니다. 이 정도만 되어도 반복 확인 시간이 많이 줄어듭니다.

 

4. 파일과 폴더 정리는 자동화 효과가 큰데도 늦게 시작한다

 

많은 사람이 AI 활용을 글쓰기나 요약부터 떠올립니다. 그런데 실제 업무에서는 파일과 폴더 정리 자동화의 효과가 큽니다. 교육청·연수원 업무는 파일이 많이 생깁니다. 계획서, 공문, 붙임자료, 명단, 사진, 설문 결과, 회의록, 결과 보고서가 사업별로 쌓입니다. 파일명이 조금만 흐트러져도 나중에 찾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AI Agent에게 파일 정리를 맡길 때는 삭제나 이동을 바로 시키기보다 먼저 목록화를 시키는 것이 안전합니다.

 

> 이 폴더 안의 파일 목록을 확인해서 연수 계획, 안내 공문, 명단, 강의자료, 설문 결과, 사진, 결과 보고서로 분류해 줘. 실제 파일은 이동하지 말고, 어떤 파일을 어느 폴더로 옮기면 좋을지 제안만 해 줘.

 

이렇게 하면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AI Agent가 제안한 분류를 사람이 확인한 뒤, 필요한 경우에만 실제 이동을 시키면 됩니다. 자동화에서 중요한 원칙은 ‘먼저 보기, 나중에 실행하기’입니다. 특히 공문이나 개인정보가 포함된 파일은 잘못 이동하거나 공유하면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확인 단계를 반드시 두어야 합니다.

 

파일명 표준화도 반복업무를 줄이는 좋은 예입니다. 예를 들어 `2026_초등AI연수_운영계획`, `2026_초등AI연수_참석자명단`, `2026_초등AI연수_결과보고`처럼 규칙을 정해 두면 나중에 검색과 정리가 쉬워집니다. AI Agent에게 현재 파일명을 보고 표준 파일명 후보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5. 안내문, 문자, 공문 초안은 ‘양식 재사용’이 핵심이다

 

반복업무 중 상당수는 문구 작성입니다. 연수 안내 문자, 강사 안내 메일, 참석자 확인 메시지, 설문 참여 요청, 결과 안내, 자료 제출 요청 같은 문구는 매번 새로 쓰는 듯하지만 구조는 비슷합니다. 차이가 나는 것은 대상, 일정, 장소, 마감일, 링크, 톤입니다.

 

AI Agent를 쓰면 이전 문구를 재사용하되 이번 상황에 맞게 바꾸는 일이 쉬워집니다. 특히 “지난번 문구와 같은 톤으로, 이번 연수 정보만 반영해 줘”라고 요청하면 처음부터 새로 쓰는 부담이 줄어듭니다.

 

> 아래는 지난 연수 안내문이야. 이번 연수 정보에 맞게 수정해 줘. 바뀌어야 할 부분은 연수명, 일시, 장소, 신청 마감, 준비물이고, 문체는 친절하지만 너무 길지 않게 해 줘. 마지막에는 문의처를 넣어 줘.

 

이 방식은 공문 초안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문은 기관의 공식 문서이므로 AI가 만든 문장을 그대로 쓰면 안 됩니다. AI Agent는 구조와 초안을 만드는 도구이고, 최종 문구와 근거 조항, 수신처, 시행일, 붙임 자료는 사람이 확인해야 합니다.

 

안내문 자동화에서 의외로 중요한 것은 “보내기 전 점검표”입니다. 문장을 잘 쓰는 것보다 날짜, 장소, 링크, 첨부파일, 대상, 문의처가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안내문 초안을 요청할 때 항상 마지막에 “발송 전 확인할 항목도 함께 정리해 줘”라고 붙이는 편이 좋다고 봅니다.

 

6. 자료 취합 업무는 ‘누락 확인’ 자동화부터 시작한다

 

자료 취합은 교육청·연수원 업무에서 자주 반복됩니다. 학교에서 제출한 파일을 모으거나, 연수 참여자의 과제를 확인하거나, 부서별 의견을 모아 하나의 표로 정리하는 일입니다. 이 업무는 단순해 보이지만 누락과 중복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AI Agent에게 자료 취합을 맡길 때는 완성본을 바로 만들게 하기보다 누락 확인부터 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 제출 대상 명단과 현재 폴더의 제출 파일 목록을 비교해서 미제출, 중복 제출, 파일명 오류, 확인이 필요한 항목을 구분해 줘. 개인정보는 그대로 출력하지 말고 필요한 경우 일부만 표시해 줘.

 

이 요청은 실무적으로 꽤 유용합니다. 사람이 엑셀과 폴더를 번갈아 보며 확인하던 일을 AI Agent가 먼저 정리해 주기 때문입니다. 이후 담당자는 미제출자에게 안내하거나 파일명을 수정하는 판단을 하면 됩니다.

 

만족도 설문 결과나 의견 취합도 마찬가지입니다. AI Agent에게 전체 의견을 요약하게 할 수 있지만, 그보다 먼저 “비슷한 의견 묶기”, “즉시 조치가 필요한 의견 표시”, “다음 연수 개선 사항 후보 정리”처럼 목적을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자료 취합은 단순 합치기가 아니라 다음 의사결정을 위한 정리이기 때문입니다.

 

7.  자동화할수록 사람이 확인해야 할 지점은 더 분명해야 한다

 

반복업무 자동화는 편리하지만, 모든 것을 맡겨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자동화를 할수록 사람이 확인해야 할 지점이 더 분명해야 합니다. 특히 교육기관 업무에서는 개인정보, 민감한 학교 상황, 예산, 공식 문서, 외부 발송 문구를 조심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안전한 원칙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AI Agent에게 바로 실행시키기 전에 초안이나 제안부터 받습니다. 파일 이동, 메일 발송, 공유 설정 변경처럼 되돌리기 어려운 일은 반드시 확인 단계를 둡니다.

 

둘째, 개인정보나 민감정보는 가능하면 익명화합니다. 실제 이름, 연락처, 학교명, 학생 관련 내용이 꼭 필요하지 않다면 기호나 일부 정보만 사용해도 됩니다.

 

셋째, 공식 문서는 최종 책임자가 확인합니다. AI Agent가 만든 결과가 자연스러워 보여도 근거, 숫자, 날짜, 수신처, 첨부파일은 사람이 확인해야 합니다. 업무경감은 책임을 넘기는 것이 아니라 확인해야 할 범위를 더 분명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이 원칙을 지키면 AI Agent는 위험한 자동화 도구가 아니라 반복 확인을 줄여 주는 보조자가 됩니다.

 

마무리하며

 

교육청·연수원 업무의 반복업무는 작지만 계속 쌓입니다. 일정 확인, 파일 정리, 안내문 초안, 자료 취합, 누락 점검, 회의 전 브리핑 같은 일은 하나씩 보면 별것 아닌데, 여러 사업이 동시에 돌아갈 때 업무 피로를 크게 만듭니다.

 

AI Agent를 활용한 자동화는 거창한 시스템 구축에서 시작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늘 반복해서 한 일을 하나 고르고, 그중에서 매번 같은 부분을 AI Agent에게 맡겨 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먼저 정리하게 하고, 사람이 확인한 뒤 실행한다”는 원칙만 지켜도 업무 흐름은 꽤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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