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는 AI Agent 기반 교육지원 연구동향을 어떻게 살펴볼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논문 검색어를 넓게 잡고, 수업지원과 업무지원을 나누어 보며, 작은 분석표부터 만들어 보자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글을 쓰고 나니 자연스럽게 연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연구 흐름을 살펴보는 일도 필요하지만, 결국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가 실제로 써 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생성형 AI 연수는 꽤 많아졌습니다. 프롬프트를 잘 쓰는 법, 수업자료를 만드는 법, 이미지를 생성하는 법 같은 주제가 익숙해졌습니다. 그런데 AI Agent는 조금 다르게 가르쳐야 할 것 같습니다. Agent는 한 번의 답변을 잘 받는 도구라기보다, 여러 단계를 이어서 일을 맡기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연수도 기능 소개 중심으로만 가면 실제 업무에 잘 붙지 않습니다.

제가 Hermes Agent를 쓰면서 느낀 점은, 처음부터 거창한 자동화를 보여 주는 것보다 “내가 매일 반복하는 작은 일 하나를 어떻게 맡길 수 있을까”에서 출발할 때 이해가 빨라진다는 것입니다. 교사연수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AI Agent를 신기한 기술로 소개하기보다, 교사의 하루 업무 흐름 안에 조심스럽게 놓아 보아야 합니다.

 

1. 먼저 챗봇과 Agent의 차이를 몸으로 느끼게 하기

 

교사연수에서 AI Agent를 다룬다면 첫 시간에는 개념 설명을 길게 하기보다 짧은 비교 실습이 좋습니다. 같은 과제를 ChatGPT 같은 챗봇에게 시켜 보고, 이어서 Agent에게 시켜 보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연수 안내문 초안을 써 줘”라고 요청하는 것과, “이 폴더의 지난 안내문을 참고해 새 안내문 초안을 만들고, 파일명까지 정리해 줘”라고 요청하는 차이를 보여 줄 수 있습니다.

이때 참여자가 느껴야 하는 것은 용어가 아니라 업무 방식의 차이입니다. 챗봇은 대화를 잘 이어 가는 데 강점이 있고, Agent는 도구를 쓰고 파일을 다루며 과정을 이어 가는 데 강점이 있습니다. 물론 모든 Agent가 같은 수준으로 동작하는 것은 아니고, 권한 설정과 연결된 도구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이 달라집니다.

연수에서는 이 차이를 너무 과장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이제 AI가 모든 일을 대신한다”는 식의 설명은 현장 교사에게 오히려 불편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대신 “반복되는 초벌 작업을 줄이고, 사람은 검토와 판단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정도로 설명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2. 연수 주제를 기능이 아니라 업무 장면으로 잡기

 

AI Agent 연수의 가장 흔한 실수는 기능 목록으로 차시를 구성하는 것입니다. 파일 읽기, 메일 작성, 일정 확인, 이미지 만들기처럼 기능을 하나씩 보여 주면 당장은 그럴듯해 보입니다. 하지만 교사는 연수가 끝난 뒤 자기 자리로 돌아가면 “그래서 내 업무 중 어디에 쓰지?”라는 질문을 다시 하게 됩니다.

그래서 차시는 업무 장면 중심으로 잡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면 수업자료 초안 만들기, 평가 문항 검토하기, 학부모 안내문 다듬기, 회의록 정리하기, 연수 결과 설문 요약하기 같은 장면입니다. 이 장면 안에서 필요한 기능을 자연스럽게 소개하면 참여자가 자기 업무와 연결하기 쉽습니다.

교육전문직 연수라면 장면이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책자료 요약, 연수 기획안 초안, 학교 지원자료 정리, 보고서 구조 만들기, 공문 초안 검토 같은 과제를 다룰 수 있습니다. 학교관리자 대상이라면 일정, 회의, 공문, 보고 흐름을 줄이는 사례가 더 와닿을 것입니다.

 

 

3. ‘좋은 프롬프트’보다 ‘좋은 업무 지시’를 연습하기

 

생성형 AI 연수에서는 좋은 프롬프트를 많이 강조합니다. 물론 필요합니다. 하지만 AI Agent를 쓸 때는 프롬프트라는 말보다 업무 지시라는 말이 더 가까울 때가 많습니다. 실제로 일을 시킬 때는 목적, 참고자료, 산출물 형식, 제한 조건, 확인해야 할 부분을 함께 알려 주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회의록 정리해 줘”라고만 쓰면 결과가 들쭉날쭉합니다. “아래 메모를 바탕으로 참석자, 논의 안건, 결정 사항, 후속 조치로 나누어 정리하고, 개인정보는 일반 표현으로 바꾸어 줘”라고 하면 훨씬 안정적입니다. 여기에 “불확실한 내용은 추정하지 말고 확인 필요로 표시해 줘”라는 조건을 붙이면 더 좋습니다.

이런 연습은 교사에게도 익숙합니다. 교사는 학생에게 과제를 안내할 때도 목적과 기준을 제시합니다. AI Agent에게 일을 맡기는 과정도 비슷합니다. 다만 상대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더 명시적으로 말해야 하고, 결과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4. 안전한 실습 자료를 따로 준비하기

 

연수에서 실제 학교 문서나 학생 정보를 그대로 쓰게 하면 안 됩니다. AI Agent가 파일을 읽고 정리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개인정보와 민감정보 관리가 중요합니다. 실습 단계에서는 가상의 회의 메모, 익명화된 안내문, 공개 자료를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라면 연수용 샘플 폴더를 하나 만들어 둘 것 같습니다. 그 안에 가상의 학교 행사 계획서, 회의 메모, 설문 응답 예시, 수업자료 초안, 안내문 초안을 넣어 둡니다. 참여자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Agent에게 정리, 변환, 검토, 초안 작성을 시켜 봅니다. 실제 자료가 아니기 때문에 실패해도 부담이 적고, 결과 비교도 쉽습니다.

또 하나 필요한 것은 금지선입니다. 학생 이름, 학부모 연락처, 민원 내용, 인사 관련 정보, 비공개 정책자료는 연수 실습에 넣지 않는다는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AI 활용 연수는 편리함만 가르치는 자리가 아니라, 안전하게 쓰는 기준을 함께 세우는 자리여야 합니다.

 

5. 결과물을 그대로 쓰지 않고 검토하는 법을 가르치기

 

AI Agent가 만든 결과물은 초안입니다. 이 말을 연수에서 여러 번 확인해야 합니다. 문장이 자연스럽고 표가 깔끔하다고 해서 그대로 학교 문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관계, 학교 맥락, 표현의 적절성, 책임 소재는 사람이 다시 봐야 합니다.

실습에서는 일부러 검토 활동을 넣는 것이 좋습니다. Agent가 만든 안내문 초안을 보고 빠진 정보가 있는지 찾게 하거나, 회의록 정리 결과에서 추정한 표현을 표시하게 할 수 있습니다. 평가 문항 초안을 만들었다면 교육과정 성취기준과 난이도, 편향 가능성을 확인하게 해야 합니다.

이 과정은 AI를 불신하자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잘 쓰기 위한 절차입니다. 교사가 결과를 검토하는 기준을 가질수록 AI Agent는 더 유용해집니다. 사람의 전문성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초벌 작업을 줄인 뒤 전문성이 들어갈 자리를 더 분명히 만드는 것입니다.

 

6. 개인 자동화보다 학교 안 협업 규칙까지 생각하기

 

AI Agent는 개인 업무를 줄이는 데서 시작하지만, 학교 안에서 쓰려면 협업 규칙이 필요합니다. 같은 안내문을 여러 사람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만들면 오히려 혼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어떤 자료를 AI에 넣어도 되는지, 결과물은 누가 확인하는지, 공식 문서로 쓰기 전 어떤 절차를 거치는지 정해야 합니다.

연수 후반부에는 참여자들이 자기 학교에 필요한 작은 규칙을 적어 보게 하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학생 개인정보는 입력하지 않는다”, “AI가 만든 학부모 안내문은 담당자와 관리자 확인 후 배부한다”, “회의록은 녹취 원문이 아니라 정리 메모를 바탕으로 작성한다” 같은 문장입니다. 거창한 지침보다 실제로 지킬 수 있는 규칙이 중요합니다.

교육청이나 연수원 차원에서는 이런 규칙을 학교가 혼자 만들도록 두기보다 예시안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AI Agent 활용 사례와 함께 주의사항, 점검표, 권장 절차를 묶어 주면 학교 현장의 부담이 줄어듭니다.

 

7. 연수의 끝은 ‘내일 해 볼 한 가지’로 남기기

 

좋은 연수는 끝난 뒤 바로 해 볼 일이 남습니다. AI Agent 연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참여자가 모든 기능을 익히고 돌아가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내일 바로 해 볼 작은 과제 하나를 정하게 하는 것이 더 현실적입니다.

예를 들어 “다음 주 안내문 초안을 만들고 사람이 검토하기”, “회의 메모를 결정 사항과 후속 조치로 정리하기”, “연수 설문 응답 10개를 주제별로 묶어 보기” 정도면 충분합니다. 작은 성공 경험이 생기면 다음 활용으로 이어집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너무 큰 자동화를 시도하면 실패했을 때 도구 전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제가 매일 블로그 원고와 이미지를 준비하는 과정도 결국 작은 반복에서 시작했습니다. 하루 한 편의 초안을 만들고, 파일을 정리하고, 링크를 확인하는 흐름이 쌓이면서 AI Agent를 일하는 동료처럼 다루는 감각이 생겼습니다. 교사연수도 그런 감각을 만드는 쪽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마무리하며

 

교사연수에서 AI Agent를 가르친다는 것은 새로운 기능을 많이 보여 주는 일이 아닙니다. 교사의 실제 업무 장면을 놓고, 어떤 일은 맡기고 어떤 판단은 사람이 붙잡을지 함께 연습하는 일입니다. 안전한 자료로 실습하고, 결과를 검토하고, 학교 안 규칙까지 생각할 때 AI Agent 활용은 조금 더 현실적인 업무경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는 평가 문항, 피드백, 생활지도 자료처럼 학생에게 직접 닿는 문서를 AI Agent와 함께 준비할 때의 가능성과 주의점을 살펴보았습니다. 초안 작성은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최종 판단은 교사에게 남아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시선을 조금 옮겨 교감의 하루 업무를 AI Agent 관점에서 다시 보려고 합니다.

 

교감의 하루는 한 가지 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아침에는 학교전반의 학사와 안전을 살피고, 오전에는 회의와 보고 자료를 챙기고, 중간중간 공문과 민원이 들어옵니다. 오후가 되면 각 부서의 일정, 교사 지원, 학부모 연락, 행사 준비, 시설과 안전 점검까지 이어집니다. 겉으로는 각각 다른 일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반복되는 흐름이 있습니다.

 

저는 AI Agent를 쓰면서 교감 업무를 “사람이 직접 판단해야 하는 일”과 “판단 전에 정리되어야 하는 일”로 나누어 보게 되었습니다. 교감의 역할을 AI가 대신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교감이 더 잘 판단하기 위해, 주변에 흩어진 정보와 반복적인 문서 작업을 덜어 내는 보조 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가깝습니다.

 

1. 교감의 하루는 ‘업무 목록’보다 ‘흐름’에 가깝다

 

학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교감의 하루에는 비슷한 흐름이 있습니다. 아침에는 학교가 정상적으로 시작되는지 확인합니다. 구성원 복무나 출장, 학생 안전, 당일 행사, 외부 방문, 긴급 연락 같은 내용을 챙깁니다. 이때 이미 여러 정보가 동시에 들어옵니다. 메신저, 전화, 공문 시스템, 구두 전달, 전날 회의 메모가 한꺼번에 섞입니다.

 

문제는 일이 많다는 것만이 아닙니다. 정보가 여러 통로로 들어오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더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교사의 출장 일정은 수업 결손과 연결되고, 수업 결손은 보강 계획과 연결되며, 보강 계획은 학생 안내와 학년부 협의로 이어집니다. 한 가지 일정이 여러 사람의 행동을 바꿉니다.

 

AI Agent는 이런 흐름을 목록으로 다시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오늘 처리해야 할 일”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순, 담당자별, 긴급도별로 묶어 볼 수 있습니다. 교감이 직접 메모한 내용을 바탕으로 “오늘 오전 중 확인할 일”, “회의 전에 준비할 자료”, “누군가에게 위임하거나 확인 요청할 일”처럼 정리하는 방식입니다.

 

2. 아침 브리핑은 교감 업무경감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교감 업무에서 가장 먼저 자동화해 볼 만한 것은 아침 브리핑입니다. 아침 브리핑이라고 해서 거창한 보고서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일정, 미확인 공문, 회의 예정, 외부 방문, 안전 관련 확인사항, 어제 남겨 둔 후속 조치 정도를 한 화면에 모아 주는 것입니다.

 

Hermes Agent처럼 일정 시간에 자동으로 실행되는 도구가 있다면,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브리핑 초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캘린더 일정, 전날 저장한 메모, 특정 폴더에 들어온 파일 목록, 확인해야 할 문서 링크를 모아 “오늘 먼저 볼 것”으로 정리하게 할 수 있습니다. Telegram으로 받으면 출근 전이나 이동 중에도 대략의 흐름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 학교 업무 시스템과 직접 연결하려면 보안과 권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민감한 시스템을 연결하기보다, 개인이 직접 넣은 일정과 공개 가능한 자료, 비식별 메모부터 시작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자동 브리핑의 목적은 학교 내부 정보를 무리하게 끌어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가 관리하는 정보를 놓치지 않도록 묶어 주는 데 있습니다.

 

3. 공문과 보고는 ‘작성’보다 ‘맥락 파악’이 먼저다

 

교감 업무에서 공문과 보고는 빠지기 어렵습니다. 공문을 읽고 필요한 내용을 전달하거나, 학교 상황에 맞는 보고 자료를 준비하거나, 교육청 요청에 맞춰 기한을 챙겨야 합니다. 이때 시간이 많이 드는 부분은 문장을 예쁘게 쓰는 것보다 “무엇을 해야 하는 공문인지”를 파악하는 과정입니다.

 

AI Agent에게 공문 내용을 그대로 맡기기 전에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구조화입니다. 예를 들어 공문에서 제출 기한, 제출 대상, 담당 부서, 필요한 첨부자료, 학교가 해야 할 조치를 뽑아 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교감은 긴 문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해서 읽기보다, 확인해야 할 항목을 중심으로 빠르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보고 자료도 마찬가지입니다. AI가 보고를 대신 책임질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기존 자료를 바탕으로 목차를 잡거나, 빠진 항목을 체크하거나, 문장의 중복을 줄이는 일은 도울 수 있습니다. 특히 교육전문직 업무 경험에서는 비슷한 형식의 보고와 정리가 반복됩니다. 이 반복 구조를 AI Agent가 기억하고 초안을 만들어 준다면, 사람은 내용의 정확성과 학교 맥락을 더 집중해서 볼 수 있습니다.

 

4. 회의 전후의 작은 정리가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

 

교감의 하루에서 회의는 단순히 회의 시간만 차지하지 않습니다. 회의 전에는 안건을 정리해야 하고, 회의 중에는 결정사항을 놓치지 않아야 하며, 회의 후에는 후속 조치가 이어집니다. 실제로 시간이 많이 드는 것은 회의 자체보다 회의 앞뒤의 작은 정리일 때가 많습니다.

 

AI Agent는 회의 전 안건 정리와 회의 후 할 일 추출에 잘 맞습니다. 예를 들어 부장회의 전에 각 부서에서 온 메모를 붙여 넣고 “중복 안건을 묶어 주고, 논의가 필요한 것과 안내만 하면 되는 것을 나누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회의 후에는 메모를 바탕으로 “결정사항, 담당자, 기한, 추가 확인사항”을 표 형태로 정리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때도 중요한 것은 녹음 파일이나 민감한 발언을 무심코 넣지 않는 것입니다. 회의 내용에는 교직원, 학생, 학부모와 관련된 민감한 정보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AI Agent를 회의 정리에 활용하려면 비식별화된 메모, 공개 가능한 안건, 행정적 후속 조치 중심으로 사용하는 원칙이 필요합니다.

 

5. 민원과 갈등 상황은 자동화보다 ‘준비된 응답’이 필요하다

 

교감 업무에서 가장 조심스러운 영역은 민원과 갈등 상황입니다. 전화 한 통, 면담 한 번이 학교 전체 분위기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을 AI Agent가 대신 처리하게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말의 뉘앙스, 관계의 맥락, 학교의 과거 상황은 사람이 직접 판단해야 합니다.

 

다만 민원이나 갈등 상황에서도 AI Agent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은 있습니다. 면담 전에 확인할 사실 목록을 정리하거나, 감정적인 표현을 줄인 안내문 초안을 만들거나, 관련 규정과 절차를 빠짐없이 확인하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을 판단하지 않고 사실 확인 중심으로 면담 준비 질문을 정리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교감에게 필요한 것은 기계적인 답변이 아니라 준비된 대응입니다. 말하기 전에 사실을 정리하고, 어떤 표현이 오해를 부를 수 있는지 살피고, 확인해야 할 절차를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AI Agent는 이 준비 과정을 도울 수 있지만, 실제 대화와 최종 판단은 교감의 몫으로 남아야 합니다.

 

6. 위임과 확인 요청도 정리되어야 움직인다

 

교감은 모든 일을 직접 처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많은 일은 적절한 사람에게 연결하고,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필요한 지원을 해 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교감의 업무경감은 단순히 “내가 할 일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분명히 하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AI Agent는 업무 메모를 담당자와 기한 중심으로 다시 정리하는 데 유용합니다. “오늘 나온 업무를 교무, 연구, 생활, 행정실 협조, 교감 직접 확인으로 나누어 달라”고 요청하면, 흩어진 메모가 실행 가능한 목록으로 바뀝니다. 이렇게 정리된 목록은 회의자료, 개인 체크리스트, 후속 확인 메시지의 초안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위임은 사람 사이의 신뢰와 관계를 바탕으로 합니다. AI가 “누구에게 시키라”고 결정하는 방식은 위험합니다. 대신 교감이 이미 판단한 업무 배분을 문서화하고, 누락된 확인사항을 찾고, 말투를 조정하는 수준에서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7. 교감 업무에서 AI Agent는 ‘작은 비서’보다 ‘두 번째 메모장’에 가깝다

 

AI Agent를 교감 업무에 적용한다고 하면, 어떤 사람은 영화 속 비서처럼 모든 일을 알아서 처리하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그런 방식보다 “두 번째 메모장”에 가까운 모습이 더 현실적입니다. 내가 적은 내용을 다시 묶고, 빠진 질문을 찾아 주고, 다음 행동으로 바꿔 주는 도구입니다.

 

교감의 전문성은 사람을 만나고, 학교의 맥락을 읽고, 우선순위를 판단하는 데 있습니다. AI Agent가 그 전문성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반복적인 정리, 초안 작성, 체크리스트 생성, 일정 기반 알림은 충분히 도울 수 있습니다. 그만큼 교감은 학생, 교사, 학부모와 직접 마주하는 일에 시간을 더 쓸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지점을 교육전문직 업무경감과도 연결해서 보게 됩니다. 교육청이나 연수원에서도 비슷한 일이 많습니다. 자료를 읽고, 회의를 준비하고, 보고를 정리하고, 다음 조치를 확인하는 일입니다. 학교와 교육행정 모두에서 AI Agent의 실제 가치는 거창한 자동화보다 매일 반복되는 작은 정리에서 먼저 드러날 가능성이 큽니다.

 

마무리하며

 

교감의 하루를 AI Agent 관점에서 다시 보면, 자동화할 수 있는 일과 자동화하면 안 되는 일이 조금 더 분명해집니다. 일정 정리, 공문 요약, 회의 후속 조치, 체크리스트 작성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민원 대응, 갈등 조정, 인사와 관계의 판단은 사람이 책임져야 합니다.

 

그래서 교감 업무경감의 방향은 “AI에게 맡긴다”가 아니라 “AI와 함께 정리해서 사람이 더 잘 판단한다”에 가깝습니다. 이 차이를 분명히 해야 학교 현장에서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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